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화 생일을 감상후기를 적어보려합니다.
음. 일단 이 영화는 소재부터 굉장히 조심스럽고
이렇게 감상평을 적는다는 것 자체도 조심스러워서
글을 적을 때도 한번 더 생각하게 되네요.
어떻게 보면 함부로 다루지 말아야할 소재라 연출진과 출연진의 정성이 더 드러났던 영화였던 것 같아요.
생일 [Birthday, 2018]
드라마/한국/120분
전체 관람가
정일 역의 설경구
순남 역의 전도연
예솔 역의 김보민
수호 역의 김찬영
은빈 역의 권소현
우찬 엄마 역의 김수진
성준 역의 성유빈
영화는 그 당시가 아닌 세월이 조금 지난 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어찌 가슴에라도 묻을 수 있겠냐만은, 어떤 이는 애써 맑은 하늘을 한번 더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이도 있고 저 깊은 슬픔의 우물 안에 갇혀 마지못해 살아가는 이도 있습니다.
순남은 후자인 사람이었습니다. 아직 아들 수호가 사라져버린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것과 관련된 것을 애써 바라보지 않으며 삶을 연장해 가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유가족들의 모임조차 억지로 참석하고 그들이 아이들을 추억하며 웃음지으면 날선 반응을 보이는 순남.
그 날 이후 순남은 계속된 악몽을 꾸는 듯 살아갑니다.
그런 순남에게는 아직 어린 딸 예솔이 있었고 온전치 않은 마음으로 딸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벅찬 그녀의 앞에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던 남편 정일이 돌아옵니다.
.
예솔이 너무 어린 나이에 떠나 아빠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딸과 함께 정일은 깊은 후회와 피할 수 없는 진한 어색함을 마주하며 순남 앞에 서죠.
그런 정일에게 따스한 눈길조차 주지 않는 순남은 서랍 속에 들어있던 이혼 서류를 꺼내듭니다. 너무나 지독한 시기에도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대신해 모든 고독을 혼자 이겨내야했던 순남은 이미 마음 속에서 정일을 밀어내버린지 오래인듯 보입니다. 다시 한 번만 기회를 달라 부탁하는 정일에게 매정한 순남이지만 아직 어린 딸은 갑자기 등장한 아빠가 내심 반가운가 봅니다,
"빨리 좀 오지, 수호형이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웃이자 수호 또래 소년 우찬은 오히려 정일이 못마땅합니다. 수호가 얼마만큼 아빠를 그리워했는지 알기에 마지막조차 지켜주지 못한 정일을 어린 예솔을 대신해 조금은 미워해주는 듯 합니다.
예솔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정일은 현장체험에 따라 나섭니다. 갯벌체험을 여러 친구들은 즐기고 있는데도 예솔이는 갯벌에 한발짝 닿지도 못한채 망설이는데 그런 예솔을 안아들고 정일은 들어가보려했지만 발버둥치는 예솔의 행동에 결국 실패하고 마는데요.
"엄마한테 얘기할 거야?"
"얘기하지 말까?"
"응!"
2014년 4월 그 날 너무나 어렸던 예솔조차도 그 아픔을 함께 떠안고 살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자기 집 욕조에도 못들어가는 트라우마가 생긴 예솔을 미처 알지 못했던 정길은 한번 더 마음이 미어집니다. 참 멋진 오빠를 잃은 아이는 본인의 상실감보다 엄마의 고통을 더 공감하는지 죽은 오빠의 새 옷만 사오는 순남에게 ' 내 옷은?'하며 투정부리지 않습니다. 그저 빈 봉투와 떠난 오빠에게 말을 건네는 엄마를 물끄러미 번갈아보는 표정에서, 어린 아이가 가족의 상실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그 과정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라 당연할 수 있는 작은 투정도 받아주지 않고, 떠난 오빠의 그림자에 빠져 정작 옆에 있는 자신에게는 관심가져주지 않는 엄마가 때로는 미울 법도 한데 예솔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엄마의 작은 어깨를 안아줍니다. 예솔 역의 김보민 배우는 스크린에서 처음 보는 듯한데 정말 어여쁘고 표현력이 뛰어나더군요. 대사는 별로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선사하는 배우였습니다.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역인 것 같습니다.
엄청난 슬픔을 다루는 영화임에도 비교적 극은 단조롭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모습은 마치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한 시한 폭탄을 가슴 속에 끌어안고 있는 것 같아 오히려 위태로운 긴장감이 돕니다.
정일의 아픔은 뜻 밖에도 면접 과정에서 드러납니다.
베트남에서 사업체를 맡아 운영하던 중 사고사가 발생했고 그것을 사고사임을 인증하지 못해 3년동안 감옥에 수감되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그 사실을 말도 못하고, 사랑하는 아들이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있을 그 때에도 돌아오지 못한 것이죠. 함께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순남에게도 말못하고 아내의 분노와 원망을 모두 받아주는 듯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정일은 우연히 수호의 방에서 여권을 발견하게 되는데 슬프게도 출국 도장이 하나도 찍히지 않은 새 여권이었습니다. 아빠가 그리운 엄마를 위해서 같이 베트남으로 가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매일 영어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순남은 전합니다.
비행기타고 하늘 높이 떠나보지 못한 아들이 안쓰러웠던 그는 공항에 가서 어렵게 출국 도장 하나를 찍어옵니다.
지금이라도 수호가 저 멀리 자유롭게 날아 세계를 돌아다녀보았으면 하는 바램이었겠지요.
"돈이 왜 없어? 보상금 있잖아!"
정일의 아버지 제사에 모인 가족들 앞에서 정일의 작은아버지는 속없는 소리를 당당히 내뱉습니다.
수호의 목숨 값으로는 터무니 없는 그 보상금을 마치 엄청난 돈인냥, 그리고 잘됐다는 식으로 말을 토해내지요.
작은 아버지 역할을 맡으신 분이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정말 밉게보이더군요. 사정이 있어 보상금을 받은 가족들도 있고, 그것이 잘못된 일이 아님에도 죄책감에 다른 유가족들 앞에 나서지 못합니다. 누구의 의도인지 항상 그들의 슬픔 앞에는 돈이 따라 붙던데, 참으로 안타깝고 비참한 현실입니다. 결국 돈으로 시작되어 돈으로 끝나는 척박하누세상이라지만, 가끔은 돈을 넘어서 인류애를 보여주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지친 순남은 잠시 잠이 들고, 꿈에서 수호의 환영을 보고 깼더니 현관 센서등이 반짝하고 들어옵니다.
바로 수호의 방에 뛰어들어가 '이번엔 왜 늦게 왔어'하며 수호에게 말을 건네는 순남. 수호를 위해 사놓은 새 옷을 쓰다듬으며 다정히 대화하던 순남은 갑자기 거센 울음을 터트립니다. 마치 갓 태어난 아이의 비명같이 크고 날 선 울음은 벽을 넘어서서 울펴퍼집니다. 그 울음에 자리를 피하는 이도 있고 또다시 그 아픔에 가슴이 저릿한 이도 있습니다. 빌라 밖까지 전해진 소리에 놀라 뛰어들어온 정일의 손길은 뿌리치던 순남은 옆 집 우찬엄마가 힘껏 안아주자 조금씩 진정하게 됩니다. '나도 데려가지, 혼자 가버리면 어떡해'하며 울부짖는 엄마의 통곡이 가슴에 와서 아프게 박혀듭니다.
정일에게도 수호의 생일을 열어주려는 이들에게도 매우 적대적이었던 순남은, 사람들의 노력에 점점 더 마음을 열어주게 됩니다. 그 덕분에 소망대로 아들 수호의 생일 파티가 열리고 엄마 순남이 참석합니다. 수호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도 같이 모여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 날 전까지의 작은 삶이 담긴 영상을 같이 보고 함께 웃거나 울기도 합니다. 30분 롱테이크로 담아내어 여러 배우의 섬세한 감정들이 잘 드러난 생일 파티 장면은 눈물을 감출 수 없는 마지막 씬입니다.
정일에게도 수호의 생일을 열어주려는 이들에게도 매우 적대적이었던 순남은, 사람들의 노력에 점점 더 마음을 열어주게 됩니다. 그 덕분에 소망대로 아들 수호의 생일 파티가 열리고 엄마 순남이 참석합니다. 수호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도 같이 모여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 날 전까지의 작은 삶이 담긴 영상을 같이 보고 함께 웃거나 울기도 합니다. 30분 롱테이크로 담아내어 여러 배우의 섬세한 감정들이 잘 드러난 생일 파티 장면은 눈물을 감출 수 없는 마지막 씬입니다.
오히려 너무 담담해서 이상하게 보였던 정일도 끝내 큰 울음을 터트리고 순남이 어깨를 다정히 쓰다듬습니다.
한 부부가 아들로 인해 멀어지게되고 다시 아들로 인해 가까워지게 되는 계기가 되는 장면입니다. 진한 스킨쉽 없이도 진정한 가족의 사랑과 용서를 보여주었습니다.
"박순남씨!"
엄마를 항상 이름으로 불렀던 수호,
아빠를 대신해 엄마의 남자친구가 되주었던 아들,
가장의 빈자리를 채운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오빠,
무엇이든 따라하고 싶을 정도로 멋있었던 형,
자신의 목숨보다도 남을 위할 줄 알았던 친구,
우리의 수호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가족이 보고싶었을까
엄마를 두고 떠나야한다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세상을 등지기엔 너무나 빛나는 어린 아이였던 수호.
다정한 일상을 이어나가는 가족들 뒤로
현관 센서등이 반짝.
우리의 수호는 항상 곁에 있을 테니까.
당사자가 아니었더라도 그 순간의 슬픔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 것 입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많고 위로해주지 못한 유가족들이 많습니다. 잠시동안이나마 그들과 우리 모두를 감싸주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 생일을 보고난 총평은
조연 배우들까지 모두 거슬림없이 깊은 슬픔을 잘 풀어낸 것 같습니다. 감독의 노력과 섬세한 코칭이 한 몫했을 것 같아 이종언 감독의 다음 영화가 기대됩니다.
아쉬운 점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설경구 배우가 조금 튀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생일 씬에선 역시 그의 표현력에 감탄했지만 중간 중간 담담히 흘러가는 다큐멘터리 같던 극이 갑자기 '영화'가 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방해될 정도로 연기력이 모자랐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연기'같아 보이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리고 얼마 전 본 우상과도 살짝 겹치는 느낌이 있었구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감정 표현이 비슷하네요.)
최대한 절제된 감정을 표현한 전도연, 김보민 배우와는 달리 약간 극적인 느낌을 자아내서 쪼끔! 아쉬웠어요.
물론 모두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제 평점은 9.04입니다.
가슴아픈 일을 제법 섬세하게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 연인, 물론 혼자서도
충분히 관람하여도 좋을 후회없는 영화입니다.
손수건은 꼭 챙겨가시구요.
여자분들은 워터프루프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필수!ㅎ
한 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번 더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오늘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된 뜻깊은 영화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오히려 너무 담담해서 이상하게 보였던 정일도 끝내 큰 울음을 터트리고 순남이 어깨를 다정히 쓰다듬습니다.
한 부부가 아들로 인해 멀어지게되고 다시 아들로 인해 가까워지게 되는 계기가 되는 장면입니다. 진한 스킨쉽 없이도 진정한 가족의 사랑과 용서를 보여주었습니다.
"박순남씨!"
엄마를 항상 이름으로 불렀던 수호,
아빠를 대신해 엄마의 남자친구가 되주었던 아들,
가장의 빈자리를 채운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오빠,
무엇이든 따라하고 싶을 정도로 멋있었던 형,
자신의 목숨보다도 남을 위할 줄 알았던 친구,
우리의 수호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가족이 보고싶었을까
엄마를 두고 떠나야한다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세상을 등지기엔 너무나 빛나는 어린 아이였던 수호.
다정한 일상을 이어나가는 가족들 뒤로
현관 센서등이 반짝.
우리의 수호는 항상 곁에 있을 테니까.
당사자가 아니었더라도 그 순간의 슬픔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 것 입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많고 위로해주지 못한 유가족들이 많습니다. 잠시동안이나마 그들과 우리 모두를 감싸주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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